10. R.I.P to my Xs
me and my /



나는 kooks를 그 앤 xx를 좋아했다. 겨울이었다. 추워서 따뜻한 노랠 듣는 여자애랑 추워서 차가운 노랠 듣는 남자애가 있었다. 우연히 공원도 있었고, 우연히 마차도 지나갔다. 우연하게도 서로가 예뻐서 우연히 사랑했다. 'I think we are superstars.' 온도를 나누는 일은 그 자체로 발열했다. 그래서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게 만나도 미지근하진 않았다. 우리는 어렸고 그래서 자주 열이 났다. 하지만 팔팔 끓는 법은 몰랐다. 항상 끓는 점에 1도가 모자라서 열을 앓기만했다. 차라리 넘쳤으면 좋았을, 온갖 것들이 마음에 고였다가 터지곤했다. 어느날엔 필연히 이별도 있었다. 잔해를 줍는 일에 또 한 계절을 써야했다. 꽃이 필 땐 나는 the xx를, 그 앤 the kooks를 더 많이 듣고있었다. petulia. 이 계절에 나는 또 쿡스를 틀었다. 1집이 온통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그 목소리를 내는 애의 사연이 너무 좋아서. 지금은 겨울이고, 추워서 따뜻한 노랠 듣는 여자애가 있다.



하얗다 못해 투명하던 마른 등을 생각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등에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된 건 브루클린 D의 스튜디오에서부터였다 한 번도 따뜻한 적 없었던 내 손가락과 은은하게 미지근한 D의 척추뼈가 닿았던 날이었다 길을 걸을 때 커피를 주문할 때 툭 튀어나온 D의 척추뼈를 쓰다듬는 게 내 손이 할 일이었다 이 엉성한 뼈가 D가 살고 있는 몸을 받치고 있다니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었다 별 걸 다 극적으로 생각해서 안쓰러움을 찾아내 사랑하고 마는 게 내 습관이었다

내가 태어난 그대로의 몸이었을 때 네가 아주 작은 타투만을 가지고 있었을 때 너는 술냄새가 나서 나는 과자를 많이 먹어서 혼나고 니가 다른 반으로 들어갈 때 내 친구가 네 눈빛이 범죄자 같다고 했을 때 나만 아는 너의 눈빛이 있다는 것에 우쭐할 수 있었을 때 도시는 크고 빠르고 바쁘고 우리만 세상에서 가장 느렸을 때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어떻게 알고 걸려오는 스카이프처럼 너는 아빠처럼 감기약처럼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나는 위로가 필요한 밤 어떤 새로운 누군가로 인해 왕왕 떠들고 싶은 밤 생전 안 듣던 장르의 음악이 듣고 싶은 밤 네 작품들로 가득한 웹사이트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모로누워 다음생에는 네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럼 나는 삭발한 지금의 네 머리를 조금 길게 길러야지 가끔은 힙합이 아닌 것도 듣고 나한테 싫은 소리도 좀 해줘야지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는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마지막 페이지의 내 못생기고 또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 밤 나는 자의식 과잉 빨간 머리 숏컷의 여자애였고 너는 그게 우스운 혀에 구멍이 난 남자애였지 나는 그 피어싱을 구경하고 싶어서 네가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서 네가 목숨쯤으로 생각하는 카메라에 담기고 그럼 나는 타인의 목숨이 되는 것 같았고 맨해튼보다 우리집보다 네 작업실이 좋았고 D라고 지정해놓고 또 너라고 불러버리면서 오늘의 글은 끝나가고 딱히 간절하진 않지만 우울하고 싶진 않아 단 걸 좋아하는 나에게 사탕발린 말만 해주는 내 앵무새야 내 좋은 친구야 내가 가진 것중에서 가장 근사한 어떤 것 어쨌거나 나는 스타킹을 고쳐신으면서 네가 잠드는 아침에 집을 나서겠지 날씨 하나만 빼고 다 적응을 했다는 게 내 근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