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놓아야 한다고 깨닫는 순간부터 비로소 놓아버리는 순간까지의, 너무 긴 시간이었다. 베이스음 같은, 낮은 곳이었고 더 오를 곳도 없었다. 없어도 되는 것들이었다. 섹스를 하지 않은 채로 잠들지 않아도 내내 한 꿈 안이었다.
어느 날은 엉엉 울면서 개냄새 나는 목덜미에 코박고 뒤지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날은 도덕적 우월감 같은 거 느끼려고 내 옆에 있냐는 모난 말이나 뱉고. 지긋지긋해서 헤어지자 했었지만 언제나 인간적으로 널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너라도 있어서 나 미운 사람들을 덜 미워할 수 있다고. 뭐라도 붙잡고 서야할 때, 생각이 조금만 길어져도, 약을 두 시간만 늦게 먹어도 곧바로 죽음에 가까워질 때. 인생이 손댈수록 망쳐지는 이상한 그림 같을 때. 그래도 옆에 맴도는 네가 있어서 나 스스로 난 용감하고 다정하니까, 라고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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