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전명 죽지 않기
me and my /


오늘은 The perishers의 sway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들었다. 음악을 길게 들으면 더 우울해져서 코난오브라이언 쇼 같은 것만 하루종일 집안 가득 틀어놨었는데 이제 몇곡씩 연달아서도 들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충동과 우울에는 면역이 없어서 약에 조금 의존하고 있고 밥은 거의 안 먹지만 잠은 잘 자고 있다. 텀블러의 내 이야기들은 간추려서 인쇄를 위해 남겨두었고, 덜 자주 더 자세히 나를 더듬고 만져보기 위해서 새 공간을 만들었다. 시적이지 않은 내 이야기는 아마 여기서 계속될 것 같다.

간밤에는 뒤통수가 처참하게 부서진 여자의 꿈을 꿨는데 멍하게 죽어있는 여자의 얼굴이 나였다. 누가 저렇게 죽도록 내려쳤을까. 앞으로 넘어져도 뒷통수가 깨지는 사랑 같은 거였을까. 나는 죽어서 널부러져 있는 나로 추정되는 여자가 무섭지도 않았고 불쌍하지도 않았고 그저 생기 없이 멀뚱한 눈이 애틋해서 슬펐다. 깨어나서는 이런 식으로도 자기 연민을 할 수 있다는 게 웃겼고 그건 좀 불쌍했다.
기억도 안 나는 사소한 악몽에도 이틀씩 잠을 못자고 그랬다. 그럴 때마다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 나는 돌이켜 생각했을 때 누군가 곁에 있는 내가 부럽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 내게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강하지 않고 오히려 한참 나약하다. 나는 솔직하게 기댈 곳이 필요한 것을 선뜻 인정하는 사람이다. 평생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아질 방법 같은 걸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이별은 매번 모든 걸 앗아가지만 나는 학습되지 않을 것도 알고, 또 멍청하게 사랑에 몸을 던질 것도 안다.

어떤 이야기를 뭐부터 쓸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나를 돌보기로 했다. 괴로운 생각이 들면 모른척 보류하지 않고 천천히 들여다볼 것이다. 생전 겪어본 적 없는 우울로부터 나를 건져올리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것들을 용서하기 위해서. 다시 명랑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