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사랑이 이길 거예요
me and my /

나는 나더러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애인들을 항상 이해할 수 없었다 나도 가끔 그런 말들을 했지만 그럴때면 늘 부끄러웠다 설렘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모자람의 부끄러움이었다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잠시 찰나 만나고 만졌다고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걸까 생각했다

사랑은 성욕의 예쁜 포장지야 사랑은 절정의 순간이야 사랑은 목구멍이 아픈 거야 등 많은 사랑의 정의들이 내 인생을 지나가고나서야 사랑이 잠깐은 실재하고 오래도록 공들여서 물을 줘야하는 연약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 순간에도 연인들은 잠깐의 실재에 목숨을 걸었다

나를 너무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하고 화가 나는 사람이 딱 하나 있었다 그 애의 사랑한다는 말에는 내가 부끄럽지 않았고 인생이 주는 불가피한 슬픔도 서로 자랑할 수 있었다 이해를 동반한 사랑에는 형언할 수 없는 교감이 있고 대개 이런 모양의 연인들이 결혼을 하나보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그의 아파트 밖 거리에 서 있을 때 나는 내가 그와의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믿은 것은 그래야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 순간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믿을 구석이라고는 그 뿐인 타지에서 드라마틱하게 혼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언젠가 술을 마시다 친구들에게 얘기한 적 있다 사랑해서 헤어질 수는 없지만 사랑해도 헤어질 수는 있다

11/17의 정념, matt maltese의 라이브를 듣다가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한평생을 나로 살아온 나조차 나를 이해하기 어렵고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하지만 선이 악을 무조건 이기는 단순한 룰이라면 결국 사랑이 이기고야마는 게 내 세계의 룰이라면 내 인생이 어디를 향해 흘러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차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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