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파주 일기
me and my /

취한 나에게 J가 받아적으래서 적었다
‘나는 행복하다!’


나의 강아지 나의 커다란 강아지
수건도 반찬도 고양이도 알약도 전부
자를 수 없어 마음으로 나누는 우리의 것
더는 손내밀고 싶지 않은데 나는 저기에 팔이 닿질 않네
그래서 자꾸 울음이 나 울음이 나면은 가끔은 술로
막고 가득 안아서도 막아보고 새어나오는 것은 그냥 두고 자꾸 자꾸 굶으면 목젖까지 밥알들을 밀어 넣어주고 어쨌든 웃으라고 실없는 농담을 하고


행복에 대한 씩씩한 욕심이 있는 사람. 천천히 꾸준하게 사랑에 물을 주는 사람. 그걸 희생이나 노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 설렘을 지나 떠올리기만해도 글썽이게 되는 애틋함에 도달해있는 사람. 영원히 떠나지 않을 서로의 품에서 아기새처럼 잠드는 사람. 선한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선한 사람.


영원한 구멍에 딱 맞는 원기둥을 찾느라 한평생을 다 썼네. 어떤 종류의 사랑은 끈적한 액체가 되어 빈틈없이 가득 채워주는 줄도 모르고. 보이지 않는 것에 찔린 건 유구하게 존재하던 것들로만 치유할 수 있다. 지겨운 이들에게 보호 받는 밤. 내 안위만이 주제인 여행지의 술자리에서 뻔뻔하게 마음 놓는 밤. 지겨운, 사랑하는 울타리 안에서 초대장을 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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