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쓰나미
me and my /

내 슬픔을 내 빈틈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많았어요
한 번 헤집으면 곧잘 쏟아내고는 울었는데 그걸 달래면 대충 사랑인 것 같기도 했으니까요 남자애들은 가끔 감상을 참지 못하는 사람처럼 굴기도 했는데 가만히 빗대어 감상을 늘어놓는 사람들보단 달래는 편이 나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건 누군가 비집고 들어올 지름길이 아니예요 한때는 그것만이 유일한 사랑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요

그건 그냥 내가 걸어온 길이에요
내가 원하지 않았던 우연한 불행들로부터 도망치는 발자국들이 모여만든 길, 내 슬픔의 무게로 눌려 다져진 길
어떤 슬픔은 예쁜 헝겊으로 어수선하게 덮어놓고 그 위를 걸어왔을 뿐이지만
어쨌든 돌아보면 무르지 않고 견뎌낸 나만의 길이에요

하얗게 빛내고 사멸하는 마음들도 씻기고 말려서 이름을 붙여줄 거예요 아름답게 꺼져가는 동안에도 불러주려구요 마지막까지 이뻐해준 다음 하나도 미안해하지 않을 거예요 이번생에 내가 느꼈던 모든 마음들에 애틋함을 느껴요 제게 도착한 마음들은 다 착해요 착하게 꾸며서 보낸 마음이기 때문이라는 건 이미 알고있어요 도저히 내팽개칠 수 없는 것들 둘이었던 적은 없어요 셋이었던 적은 가끔 있지만 전부 나와 잠시 하나였어요

베일 것 처럼 날카로운 리프를 연주해주세요
우리는 젖은 스트링에 칭칭 감겨 녹슬고 아픈 거지만 느슨하게 잃은 소리보다는 팽팽하게 딱 한 번 더 연주하기로해요

당신이야말로 나의 빈틈이 될지도 모르고 우리는 서로를 저주하며 돌아서게 될지도 모르죠 저는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요
프로작도 바리움도 필요없어요 우린 쓰나미를 함께 맞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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