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청계천에 겨울이 오면
me and my /

설탕벽을 아주 오랫동안 혀로 핥고 있는 기분이야
뜨겁고 축축한 것은 혀의 특성, 나의 특성
얼얼해진 혀뿌리로 얼른 무너지길 바라면서
얼른 투명해지길 바라면서
친애하는 이니셜 하나를 오랫동안 핥고 있어


청계천에 겨울이 오면*
앞으로 영원히 만나지 않기로 결심한 당신과의
어색했던 청계천을 기억할게요
나의 선원, 우리의 항해는 여기까지


칸칸마다 담겨있는 이 도시의 사람들에게
해가 짧아지는 걸 쓸쓸한 걸로 착각하지 않기로 해
어둠은 어둠으로 추위는 추위로 가난은 가난으로
똑똑히 명확하게 마주하기로 해
쉽게 슬픔으로 분류하지 않기로 해
그러고도 슬픔이라 불리고 싶어서 남아있는
것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밤에도
조금만 울고 잘 자야 해!



*YouTube 양치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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