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me and my /

스스로 행복하다 느낄 때에도 사는 게 늘
물에 젖은 솜 이불처럼 무거웠어
빨리 철든 것도 아니고 그다지 조숙하지도 않았는데
성긴 세상에 자꾸 나만 촘촘하게 이방인 같았어
가끔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사람이 나 혼자라는 사소한 사실도 못 견디게 외로웠어

우울을 장신구처럼 주렁주렁 달고 살다 보면
그게 이쁜 건 줄 알고 따라서 달아보는 애들도 있었어
이쁘다 해주고 말았지
나도 이게 떼어지는 거면 좋겠다 생각하고 말았지

다 이렇게 살진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그래도 이렇게 사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널 발견하게 될 것도 알았어
그날부터 난 춤을 추게 된 거야
기가 막힌 불행 속에서 폭죽을 터트리게 된 거야

사람들은 우울한 사람을 위로하는 건 좋아하지만
방금까지 슬퍼하던 사람의 폭죽은 쉽게 미워하는 거 알지
하지만 그런 얄팍한 관심에 휘둘리지 마
누군가 날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척추에 힘을 주고
자세를 고치게 되잖아 밥 한 숟갈을 더 먹게 되잖아
내가 있으니까 넌 꼭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

사랑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를 모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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