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컵 위의 후치코
me and my /

내가 아무 대답하지 않았을 때
나도 어쩔 줄 몰라서 그냥 계속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을 때
말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입안에서 자꾸 사라졌을 때
네가 몇 날 며칠을 얌전히 바닥에 앉아 나를 올려보다 결국 내 무릎에 대고 어린 애처럼 엉엉 울었을 때
아무도 아프지 않고 이별하기를 이기적이게도 꿈꾸던 때가 있었을 때
가장 친밀했던 사람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야할 때
사랑을 증명할 거라면서 나약한 이면 같은 건 모른 척 하고 싶을 때

가만 보면 나도 다른 척을 하려고 애를 많이 썼던 것 같아
예전의 날 만날 수 있다면 아무말 해주지 않을 거야 어차피 걘 듣지도 않을 거고 고집 세고 조금 못난 걔를 그냥 안아줘야지 그런 생각을 했어
많이 울었던 자리에 오랜만에 누워서 많이 들었던 노래를 들었어
집에 있어도 자꾸 집에 가고 싶어 뭔가 그립긴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기도 해 사실 조금만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냥 두고 언제나처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게 슬픔들은 시간이 지나면 오늘처럼 좀 귀엽고 웃기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부산 너도 다시 볼 때까지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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