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Darlin’ Darlin’
me and my /


테라스에서부터 퍼지는 담배 냄새와 감자 튀김 냄새를 맡으며 누군가에게 안겨 있는 아늑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낮의 일요일 같은 눈부시고 적나라한 연애였다.

음악 없이도 블루스를 춰주는 게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때, 담 넘는 소년들 사이로 누군가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신발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 얌전히 문을 두드렸다. 하나도 단정하진 않았는데 못내 사랑스러운 건 역시 그의 가사였을까? 아니면 구겨진 셔츠였나? 도대체 몇번째 빌어먹을 로큰롤 보이야? 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사랑에 빠지는 데엔 저마다의 레퍼런스 없는 방식들이 있었다.

‘고마워, 그렇지만 혼자 해볼게’라는 말을 자꾸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칭찬 스티커 같은 그 웃는 얼굴 때문에 나는 살아있음을 사랑했고 덕분에 이만큼이나 무럭무럭 자랐다.

사랑스러우면 대책 없이 사랑해버리고 그랬다.
소년은 빛나고 나는 웃고 결국 그걸 애인이라 부르고 물가에서 한 약속을 우리 집까지 가져와 소중히 지키고 그랬는데.

만약 내가 이미 여러번 죽어본 적 있는 사랑의 시체라면 넌 날 안을 수 있겠니? 서로의 무덤을 마지막 식사처럼 핥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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