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소중히 할게
me and my /

친구이면서 서울인 사람 서울보다 큰 사람 멀대같고 재수없는 얼굴로 언제나 반쯤 내 인생에 걸쳐있는 사람 웃지도 않고 냉장고를 채워주는 사람 미풍에도 흔들리는 사람들때문에 많이 아플 때 따뜻한 배를 가진 고양이를 데려다 준 사람 내 슬픔에 자신의 슬픔을 빗대어 감상을 늘어놓지 않은 유일한 남자 괜찮대도 농담하지 않는 사람 제일 스쳐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여기에 있다니 고맙고 웃기다



삶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결국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사랑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결국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대폭발을 시작으로 모든 것은 죽음으로 간다 이건 냉소가 아니라 허무다 닮았지만 전혀 다르다 죽음에 대해, 우주와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 자꾸 생각하다보면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고 하지만 결국 사라질 게 뻔하니까 소중한 게 아닐까

죽음은 나의 영원한 화두다 나는 언제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우리가 영혼이나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죽음부터 사망선고에 이르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죽음까지

아무튼 이러다 잠든 날에는 늘 바닥이 꺼지는 꿈을 꾼다 발음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을 지나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다가 뜨겁다 느껴질 때쯤 경련도 없이 느긋하게 깬다 그런 꿈을 꿀 때마다 키가 컸으면 나는 내가 아는 가장 큰 사람보다 더 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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