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귀여운 고백
me and my /

매달 아픈 게 이번엔 많이 아팠다. 연두색 연질캡슐이 없었다면 혀를 깨물었을지도 모른다. 그 애는 연주를 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로부터 응원을 받고 왔다고 했다. 인간의 입체적임에 대해서 생각했다. 신이 쓴 가학적인 코미디 속 입체적인 인간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미워할 수 없다. 다만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다. 그러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명치에 걸린 약때문에(명치에 걸린 건 안심이 되지 않는 대답이었을까?)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책을 읽었고, 아주 많이 오랫동안 읽었고 그 애는 옆에 누워서 졸다가 노트북으로 뭔가를 했다 뭔가를 열심히 하다가 이 사이트를 믿으시겠습니까? 라는 창이 떴을 때 그 애가 이건 믿어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그 애의 아양이 귀엽고 웃겨서 짐짓 엄한 목소리로 그것까진 믿어도 된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것까지만 믿고 아무도 믿지 않을게 하는 목소리가 나름대로 진지했다. 나는 웃었고 졸았다. 혹시 그 아무도에 나도 포함되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졸려서 그만뒀다. 다섯개가 하나가 되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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