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linda linda
me and my /

‪시끄러운 노래는 안 듣는다던 애는 시끄러운 노래들만 연주한다. 평생 시끄러운 노래만 듣느라 4년 전 그날 우연히 시끄러운 공연장에 혼자 취한 채 있어서 다행이라고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날 거기로 흘러들어가게 했던 밴드는 지금 사라졌지만 덕분에 우연히 만난 신인의 두근거리는 눈빛을 당도했던 그날의 설렘을 언제언제나 기억하고 싶다.

작은 지하공연장의 더럽고 눅눅한 냄새와 열기속에서 나는 너를 지긋지긋하게 사랑한다. 너는 항상 ‪서툴지도 않고‬ 멋지고 나는 발치에서 리듬을 타다 도망친다. 마지막 곡이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멘트를 상상하면서.

악보가 뒤엉킨 채로 널부러져있는 뒷좌석은 돌아보지도 않고 앞만 보는 옆모습을. 도무지 나아질 길 없는 삶에 어쩐지 희망에 찬 사람을. 나는 응원하고 싶다. 그 편에 서서 나도 조금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린다린다의 가사처럼. 사랑이 아니더라도. 네 결혼하자던 농담이 언제까지나 유효하길 가끔 생각하면서. 나는 너를 둘러싼 모든 걸 사랑한다. 네 엄마와 네 전 애인까지도. 이기고 싶어도 점수판도 없고 그냥 그래서 이긴 건지 비긴 건지 모르겠는 상태로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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