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everything
me and my /

나는 내가 나니까 귀엽지 남들 눈엔 안 그럴 것이다. 안다. 내 자의식과 자기연민과 과잉된 우울이 넘치는(그런 날에만 글을 쓰니까) 이 블로그의 글들을 나는 발행 이후 절대 다시 읽어보지 않는다. 다시 읽었으면 아마 전부 삭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보잘것 없는 눅눅한 라디오 모양의 블로그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하도 지워대서 번호도 엉망이라 읽기도 어렵지 싶다. 내 안녕을 바라서 아무것도 안 올라오길 바라면서도 새 글을 읽고 싶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슬플 때 쓴다는 걸 눈치챈 마음이 귀여웠다. 즐거운 일이 많아 답장 하지 않았지만(미안합니다..) 덕분에 뭔가 쓸 명분이 생겼다.

이 블로그는 내가 죽음을 생각할 때 죽지말자고 만든 공간이다. 왜 죽고 싶단 생각을 했는지 낱낱이 만져보자고 만들었다. 결국 내 인생처럼 치정으로 점철된 걸 예쁘게 포장했을 뿐이게 됐지만.. 여전하다. 여전히 사랑은 잘 소화되지 않고 너무 많은 날엔 몸이 아프다. 어떻게 죽을 생각을 다 했지 생각하다가도 어딘가에 삶을 빚지고 있는 기분을 쉽게 느낀다. 더 많이 쏟아내야 한다. 그 강박에 정신 없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겨울을 좋아해보거나 그리워한 적 없는데 이번 겨울은 좀 기대가 된다. 도쿄에 가고 싶어 미치겠는 것 빼고 다 마음에 든다!



*요즘 제이록 밖에 안 듣지만 지금 나오는 곡은 우연히 roni bar hadas의 everything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고 메세지를 보내준 익명의 친구에게 추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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