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초대장
me and my /


나의 울타리는 나에 대해 끊임없이 살피고 설명한다. 나는 이 울타리가 완전무결하고 또 영원할 거라는 착각 속에서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싶다는 욕망 같은 건 이젠 내게 남아있지 않지만 타인이라는 한 세계에 투영된 나의 이야기를 듣는 건 여전히 흥미롭다. 그 속의 그녀는 전혀 남이거나 완전히 나다. 나는 같은 자리에 서있는 나일뿐인데 한 뼘 거리에서도 생겨나는 그 간극이 웃기고 때때로 서늘하다. 쓸쓸한가? 쓸쓸하단 말이 맞겠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그게 괜시리 화가 나거나 초조했던 것 같은데 인간에 대한 완전한 이해 같은 걸 포기하고 난 후에 사랑에는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사소하지만 눈이 부시고 장대한 발전!(실버1에서 골드4가 된 느낌으로) 내가 잘 하고 있는지 걱정했던 건 애인들도 친구들도 가족들도 아니고 오직 나의 고양이에 대해서 뿐이었는데 가끔은 울타리를 손봐야겠다는 생각. 아늑해서 나가고 싶지는 않고 누군가를 자꾸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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