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리라에게
me and my /


난 사랑에 빠질 때마다 그 애 같은 사람은 그 애 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버려서 괴로워.
그러면서 그 애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생각은 오만한 거라고 평생 정신수양 같은 걸 했던 것 같은데 내가 바보 같았어. 사랑은 그런 게 맞았어. 멀리 있어도 유난히 반짝거려서 한 눈에도 알아봐지는 거, 많고 많은 반짝임 중에 딱 하나만 이상하게 마음에 거슬리는 거 말야. 날 사랑한다고 하는 말들을 절반만 믿고 살았던 시간들이 아깝긴하지만 어쩌면 그랬기때문에 그 애들이 날 사랑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내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서로를 소유하지 말길. 기쁘게 안아주고 자신의 자리로 또 돌아가길. 그럼에도 조마조마하지 않고 사랑 속에 있음을 믿는 것에 지치지 않길. 사랑의 증거를 모으려고 애쓰지 않고도 순간 순간 서로를 선택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길, 따위의 바람들을 되뇌이는 밤이야.

서로의 세상을 헤엄치다가 수평선에 해가 걸릴 때쯤 잠시 만나 입맞출 수는 없는 걸까. 뜨거운 마음이 고여서 아프지 말고 파도처럼 찰랑찰랑 영원히 새하얗고 가볍게 부서질 수는 없는 걸까.
당신은 나와 같은 사람이군요. 당신도 나처럼 사랑의 연약함을 보았군요. 당신도 나처럼, 하면서 쓰다듬어줄 수 있다면 좋겠어. 가엾기도 하지, 하면서. 사실은 나 자신의 슬픔만을 쓰다듬기 위한 자위일 뿐이라고 해도.

이미 죽어버린 사랑들을 비웃고 싶진 않아. 시든 꽃을 처리해본 사람만이 꽃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사랑은 어렵지만 진짜잖아. 너도 길을 걸을 때 대뜸 솟아오르는 땅을 느낀 적 있지? 이 세상의 모든 소음에서 멜로디를 들은 적이 있잖아.
그 사랑의 간데없는 진상을 알고있다면 눈 앞으로 쏟아지는 꽃잎의 반짝임을 따라 또 대책없이 투신하는 눈 먼 연인들을 누가 잘못됐다고 할 수 있겠어.

리라야. 산다는 건 오답이 적힌 패를 하나씩 뒤집는 일 일까? 그렇다면 가끔 정답인 패를 뒤집을 때마다 너와 함께 뛸 듯이 기뻐하고 싶어.

사랑해 리라! 나는 아직도 어른이 못되고 어지러운 것 같아. 맞는 길만 가는 네가 부럽고 자랑스러워!
망한 이야기만 늘어놔도 늘 커피를 내어줘서 고마워.

너와 너의 휜 엄지 발가락과 네가 낳은 아기를 소중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주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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