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THE BLUE HEARTS
me and my /



영원이란 말처럼 영원하지 않은 건 없지만, 나는 그걸 자주 말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바보 같은 걸 굳게 믿는 사람들은 어딘가 멍청해보이지만 사랑스럽다.

내가 잘하는 일 중 하나는 슬픔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것이다. 어디가서 그걸 자랑이라고 말하기엔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얻게 된 능력일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을 많이 쓰면 몸이 그대로 따라 아프기때문에 내가 감당하기에 벅차겠다 싶은 감정은 시간(그리고 약간의 수면제)에게 맡겨버리고 그저 슬픔에 이자가 붙지 않고 흐려지기만을 모른 척 바라면서 그걸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하곤하는데, 언젠가 취한 밤 전화를 걸어온 전 남자친구에 의하면 그건 나의 아주 고약한 버릇이고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어른스럽지 않은 대처고 겉으론 아주 괜찮아보이므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못된 이별 방식이라고 한다. 듣다보니 거의 무슨 저주 같았는데 어느정도 인정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조금 웃음이 났던 것도 같다.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날 음악을 듣다 별안간 엉엉 우는 건 슬픔을 한껏 구겨 밀어넣은 임시방편의 댐을 음악은 가볍게 허물기 때문이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시는군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실체가 없는 그것에게 미안해진다. 사랑한다기보다는 탓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X는 가사를 믿지 말라고 했고 X가 가사를 쓰는 방식을 보면서 그럴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그저 X의 냉소였을 뿐 나는 앞으로도 한소절의 가사에 생이 통째로 흔들리게 두고 싶다.
눈을 감고 땅으로 처박히거나 빙글빙글 도는 나의 몸을 영원히 상상하고 싶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포인트는 늘 그 사람의 가장 낮은 곳이었다. 누군가의 열등감이 내게 그랬고 누군가의 신경증에 가까운 예민함이나 눈에 띄지 않는 요령 없는 착실함, 마른 등, 화상자국 같은 게 그랬다. 얼마나 유명한 사람이든 얼마나 멋져보이는 사람이든 인간은 그럴싸해보이는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대개 별 볼일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이 남들과 다른,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게 사랑이 가진 맹목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랑이 가능한 세계를 믿는다. 내 사랑이 모두 그랬다는 것도 내겐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믿는다. 이것도 지독한 자기애의 일종일까? 그렇다면 그건 아마도 평생의 로맨스일 것이다.

'me and my' 카테고리의 다른 글

64.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1) 2022.10.08
63. lovely!  (0) 2022.09.08
61. Laika  (1) 2022.05.30
60. 리라에게  (1) 2022.04.21
59. 장르는 러브 코미디  (3) 202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