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Laika
me and my / 22. 5. 3



🔗ADOY - Laika



요약할 수 없는 날들이지만 유언처럼 비문을 쏟아내고 싶은 밤이야. 가끔은 세상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이상해. 이 세상은 한 번 이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이상해져서 결국엔 지구의 자전에도 멀미를 느끼게 돼. 오늘은 잘 먹던 알약도 삼켜지지가 않아서 분말을 녹여먹었어. 가루 같은 단어들. 흩어지고 떠도는 것들. 먼지 같으면서도 삼키면 몸 안에서 전부가 되는 것들. 눈 밑도 떨리고 손가락도 떨리고 있어. 오늘 들었던 지금 이 순간이 기적 같다는 말과,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표현하라는 말이 집에 오는 내내 생각났어. 그 공간에서 내 몸은 다섯 번 정도 휘청거렸던 것 같은데 마음은 얼마나 휘청거렸는지 셀 수도 없었어.


나는 벅벅 긁는 일렉을 들으면 그냥 눈물이 나. 너무 많이 들어서 사용된 모든 악기들의 사운드를 따로 외워버린 노래를 오랜만에 다시 들으면 이렇게나 시간이 지나도 처음 들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어. 이제껏 걸어온 모든 길이 늦은 밤 숲 속에서의 환상방황처럼 느껴질 때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시공간을 여행했다 말할 수 있는 거지. 17년도 어느 밤 작은 지하 공연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온 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버린 대찬 나의 프러포즈를,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맙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주던 언니의 밝은 미소를, 자기 몸만 한 악기를 메고 사라지던 사랑스러운 뒷모습을, 회를 먹으러 가자고 나눈 소박한 문자들을 다시 볼 수도 있는 거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밴드의 음악을 헤프게 펑펑 듣는 기분은 너무 좋은 것 같아. 죽은 이들의 음악처럼 아껴듣지 않아도 되니까. 더는 죽고 싶어서 죽은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으려고. 미완을 미화하지 않으려고. 사라져버린 것들을 사랑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끝끝내 살아남아 고집스러운 얼굴로 뭔가를 해내는 것들을 더 사랑하려고!!


사랑과 예술의 공통점은 사용해본 적 없는 미세한 근육을 쓰는 것처럼 생소한 감각의 끝을 기어이 예민하게 늘려놓는다는 것일까? 어떤 밤엔 다같이 음악을 듣다가 나는 모르는 종류의 감동을 받고 있을 것 같은(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남자애들에게 느닷없이 질투 난단 소리나 하고, 지난 연인의 술자리 연주를 듣던 밤엔 함께 있던 그의 동료들에게 여자인 내가 부러울 지경이지? 같은 소리나 빽빽 하고. 난 예술에 대해 뭣도 모르면서 자주 멍청하고 오만한 헛소리를 해대는데, 그럼에도 소호의 어느 길거리에서 예술 철학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 내가 생각난다는 사람을 보면 누군가의 고유한 감동을 질투하지 않고, 나라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과시하지 않고 예술을 순수하게 바라보려고(들으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나는 기억이 없지만 아무에게나 인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어. 그래도 나는 안녕이라는 말을 좋아하니까 가끔은 안녕하고 말하고 말겠지. 작품보다 사람이 궁금하고 좋아서 불행하고 말겠지. 그래도 대부분 멋모르고 언제나처럼 계속해서 엉망으로 행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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