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lovely!
me and my /


사랑스럽다는 말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꼴이 내 눈에 퍽 사랑스러워 보인다는 뜻으로 사랑한단 말이 왠지 부족할 때를 대신해 그 말을 자주 했던 것 같은데 사랑스러워!라고 말하면 머쓱해서 그런가? 하고 마는 애도 있었고 놀란 눈으로 방금 그거 사랑한단 뜻이냐고 묻는 애도 있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얼굴로 하품처럼 기침처럼 대뜸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순간이 감당이 안 돼서 반사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는 애를 보면 그게 그렇게 마음이 터질 것처럼 사랑스러웠다. 사랑이 헤픈 사람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랑한단 말을 나는 경이롭게 쳐다보면서 그 소리의 출처를 집요하게 쳐다보면서 문장의 목적어가 나인 것도 잊은 채 사랑이 말로서, 어떤 음파로서 누군가의 입술 바로 앞에 존재했다가 흩어지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면서 나는 또 울었던가? 헤프단 말도 사랑 옆에선 빛나는 것 같아서 울었나?
나 역시 사랑의 장점은 펑펑 써도 또 생긴다는 것이라고 믿는 러브 러브 광신도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숨기거나 아끼지 않고 그렇다고 부풀리지도 않고 그다지 멋지지도 않은 모양새를 내가 가진 모든 것이라고 꺼내 보여주는 사람은 내심 부럽고 신기했다.

나는 내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또 다른 누군가들로부터 사랑한단 말을 많이 듣고 사는 사람이 좋다. 어두침침한 표정으로 목덜미 긁적이는 사람일지라도 사랑한단 말을 많이 들으면 마음의 방 한 칸쯤은 통통한 하트 모양이 가득한 벽지로 도배되어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사랑을 말한 사람도 말함과 동시에 그 사랑이 마음속에서 스스로 계속 축소 복제하여 무한히 이어지는 프랙털처럼 느껴질 것이다.(siri가 알려준 작업 멘트이다.)

내 고양이도 머리맡에 잠들고 어쩐지 영원할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밤을 마주했을 때 마냥 막막하지 않고 무사한 건 내 몸 속 어딘가에 실재하는 사랑의 증거들 때문이다. 겁내지 않고 씩씩하게 잠드는 것도 그것들에 대한 보답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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