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me and my /



   영원한 팬이 아니라 한 시절의 연인이 되길 선택한 걸 후회하진 않아. 열기가 식지 않은 밤 젖은 얼굴로 몇번이고 다시 우리 동네에 와줘서 고마웠어. 케이케이.

   너에겐 이름이라는 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서 내 종이 일기장 속에서도 그저 네 진짜 이름으로만 존재했지만, 그래서 가끔은 재미없다고, 시시하다고 생각해서 미안했지만 여기에선 내가 아꼈던 등장인물의 이름을 붙여줄게. 나도 내 이런 점이 지긋지긋하지만 어쩌겠어. 커튼콜은 무산됐지만 케이케이, 네 몸의 우아한 무늬들을 기억할게. 물감처럼 풀어지던 입맞춤과 지지부진했던 다툼들은 다 까먹어도 눈물나게 애틋했던 페스티벌은 아마 오랫동안 생각날 거야. 더운 공기와 데낄라 때문에 눈앞이 흔들렸던 거지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던 네 작은 어깨를 나는 언젠가 떠올릴 수도 있겠지?

  너의 완만한 파고에도 즐겁게 헤엄칠 종이배 같은 사람이 있을 거야. 나는 일기장 하나 들고 태풍을 찾아 떠날게. 강하지 말라고 여자의 이름을 붙였던 태풍들처럼 아름다움을 가진 재앙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싶어.
  케이케이. 난 널 미워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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