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you don’t know what love is
me and my /


   대충 영악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전 생각보다 순수하게 살았어요. 좀 더 버릇없이 굴고 배신도 막 밥 먹듯이 하고 싶었는데 그런 건 상상 속에서나 흡족했고, 나이브하게도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다 실패했어요. 매일 인간이 저지르고 인간이 떠드는 뉴스를 보며 아무래도 인류는 신의 끔찍한 실수라고 말하겠지만요. 앞으로도 가끔씩 느닷없이 차오르는 사랑에 전 영문도 모르고 울어버릴 거예요. 몸에 사랑이 꽉 차서 길을 걷다 아스팔트에 입을 맞추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친구들이 항상 넌 고양이나 여우는 못 될 거라 그랬어요. 하지만 뾰로통한 얼굴 밑으로 정신 없이 흔들리는 꼬리를 들키더라도 그게 다 무슨 상관이에요. 인생은 짧고 어떤 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사랑에 관해 응당 그래야한다고 가르치는 것들은 다 바보같아요.


  내 모든 연애가 다 사랑이진 않았어요. 내 모든 사랑이 다 연애인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다 명확한 모양의 사랑인 것도 아니었어요. 쳇 베이커를 듣다가 you don’t know what love is 라는 가사가 나왔을 때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는 것만 같았어요.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건 뭐였을까요? 내 몸 안에 실재한다고 믿은 사랑의 증거들은 또 다 뭘까요? 내 인생을 뚜렷하게 관통했다고 생각했던 사랑의 여러 정의들이 무색하게 오늘은 전혀 감도 안 잡히는 뜬구름 같아요. 어쩌면 그게 유일하게 가능한 표현일까요? 내일이면 다시 오직 사랑을 향해 전진! 하겠지만요. 가끔 이렇게 느낌표가 기울어 물음이 되는 날엔 하릴없이 밤새 골몰하는 수밖에 없어요.


  운명을 믿음과 동시에 운명이 누구에게나 있진 않다는 것도 믿어요. 마법같은 순간이 왔을 때 준비된 사람이고 싶어요. 이건 디즈니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마음을 더듬는 눈을 갖게되는 걸 말하는 거예요. 새벽에 물질 세계에서의 삶*을 봤어요. 모든 것은 반드시 지나가요.** 그게 무슨 뜻인 줄 아세요?




* 《조지 해리슨: 물질 세계에서의 삶》(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2011년 개봉한 미국의 조지 해리슨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 《All Things Must Pass》, 조지 해리슨의 세 번째 음반

'me and my' 카테고리의 다른 글

67. 그루피 키스  (0) 2023.05.19
66. new person, same old mistake  (0) 2023.05.17
64.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1) 2022.10.08
63. lovely!  (0) 2022.09.08
62. THE BLUE HEARTS  (0)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