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그루피 키스
me and my /
 
그들은 껄렁한 자세로 대뜸 말을 걸었어요
네가 언젠가 망하게 된다면 그건 막무가내로 기른
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때문일 거야
 기름진네머리카락은어떻고? 
말하는 대신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담뱃불을 붙여주었죠
 
자기가 해낸 것들을 대단한 업적인 양
떠들어대는 게 우습고 신기했어요
로맨틱하고 운명적인 서사를 덕지덕지
갖다 붙혀도 이야기는 허술하고 앙상했지만요
이건 정말 감동적인 스토리예요, 라고 말하면서
무릎이 벌어졌어요
무릎은 차가울수록 붉었어요
 
손수 꼼꼼히 찢은 -그러나 일터에서 찢긴 듯한 느낌을 주는- 데미지 진 같은 음악들,
시대에 반항하는-그러나 누구보다 시대에 순순히 순응하며-
소위 말하는 펑크라든가 또는 펑크에서 가장 먼 것들을
 
영원히 죽지 않는 게 있다고 믿는 소녀들에게 팔았어요 
만원에도 팔고 만 오천원에도 팔고 가끔은 공짜로도 팔았어요
 
 우린영원히살거야 
 
헤진 운동화 끝을 매섭게 노려보며
천원짜리 한 장보다 가벼운 영원을 노래하면
어쩔 땐 그게 정말 영원할 것 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영원히 죽지 않는 게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이는 
소녀들은 매일 밤 손가락을 잘라 무대 위로 던졌어요
잘린 단면에서 핑크빛 그라나딘 시럽이 방울방울
사랑스럽게 피어오를 때도 소녀들은 결코 핥지 않았어요 
 
가끔 갈비뼈가 도드라진 굶주린 개가 
매캐한 입안으로 그걸 가져가긴 했지만요 
 
누가 영원히 살고 싶겠어요
 
영원히 죽지 않는 게 있다고 믿고 싶은 소녀들은 그저 가만
눈을 감고 제공된 만 오천원 치의 밤을 향유했어요
 
영원은 무대 아래 반짝이는 눈망울로
시대에 키스하는 전사들에게 있다는 걸
나는 다만 목격했고요
그 자리에서 도망친 후에도 오래도록 떠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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