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색 뒤로 손내미는 사람들이 싫었어
눈물은 흘리지도 않았는데 내 슬픔을 짐작하는
말들이 싫었어
내가 나를 이만큼 드러냈으므로 불쑥 침범되는 건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사실은 8mm의 간극 사이로
내 슬픔을 만져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
날개 없이도 천장을 헤엄칠 수 있다는걸
또렷하게 보여주는 사람 같은 거 말야
나도 모른 척하는 내 마음을 서툴지 않게 다잡아주는 사람
시간의 절대적 흐름 앞에 무력해지지 않고
함께 맞서주는 사람
어차피 발목이 잠겨 도통 움직일 수 없는데도
어디 가지 말라 말 해주는 사람
거짓말이 더 거짓말이 될 때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자꾸 나 자신과 꼭 단 둘만 남게해주는 얼굴이 있다는 건, 서로의 예정된 불가피한 상처를 맞대보자는 결심이 같이 떠오른다는 것
사랑으로 귀결되는 지긋지긋한 버릇도 방학이 끝나고 돌아오면 고쳐질 줄 알았는데
셀로판을 구겨 만든 투명한 꽃, 다시는 구겨지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의 두근거리는 무늬가 여전히 좋아
우린 결국 기쁘고 아파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울게 되겠지만 그러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세상이 환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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