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눈빛론
me and my /



여름의 오후였나 오후의 여름이었나
우리가 빛으로 엮은 월계관을 나눠 쓰고
수심 없이 깨끗한
은빛 물속에서 화상과 환상을 헷갈렸을 때
미지근한 물에 저온 화상을 입고
뜨거운 속 만지려다 기어이 잠수병을 얻었을 때
이마에선 꽃잎처럼 수포가 돋아나고
진물 대신 마른 분말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지

말라 부스러진 붉은 장미의 꽃말도 영원한 사랑인지
추출된 기름 한 방울의 꽃말도 여전히 솔직할 수 있는지
살아 생기 넘치는 빨강을 뽐내는 장미 위에
작위적으로 매달린 물방울이 꼭 나 같아

영원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 인생을 차지하는 비중만큼
영혼이 얇아지는 거래
그래서 장미가 물보다 투명한 걸까?
손등 위로 손바닥 아래의 물이 비치는 환상을 노려보다
잠수를 마치고 무늬가 곧 맥이 되는
물잠자리의 투명한 날개 조각을 젖은 몸 위에 지어 입었어

사랑 얘기는 여기에 다 적고 다시는
사랑 얘기를 하지 말아야지 생각해 보지만
길을 잃었을 땐 표지판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행선지를 낙관하는 길 위의 예정된 백치 되고
미지의 사전 위에 바로 서서
주해가 필요 없는 나의 문법을 그래도 네가 발견해 주길

모호한 슬픔에도 명확한 명칭을 붙여주는 이국의 언어처럼
눈빛이 출발지를 출발해 도착지에 도착하는 사이
그 사이를 건너는 사이
그 빈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쓰여진 눈빛론을
번역 및 해석하여 지도 편달할 때
곡해된 만큼이 소문이 되어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현세계의 담합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물을 주지 않아도 깨어나는 오래된 스웨터의 사랑스런 보풀처럼 투수의 망가진 어깨처럼 밤바다의 스파클라처럼
사랑하면 따끔해지는 것들을 여지없이 따끔하게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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