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Love - Remastered 20??
me and my /




그에게 필요했던 건 더러운 골목에서 치마를 까는 그루피도 아니고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세계의 전언도 아니고
한 알의 프로작이었을지도 몰라요

그거면 행복했을지도 몰라요
사람들의 기대에 지난 파일들을 뒤적여보지만
그전에 낳아진 것들을 끝내 모른 채 해야 했는지도 몰라요

사랑을 있는 대로 복제하고 표절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가 실제로 잠시 사랑이 되어봤을지도 모르죠
주체가 안될 정도로 커진 사랑에
평화를 말하는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를
그녀만이 캐치했을지도 몰라요

그는 일생 불행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추종자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미친년이라고 머리채를 잡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들도 그의 말년에 서사를 부여하고
신격화해서 모종의 신을 만들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들도 믿고 싶은 게 필요한 불쌍한 사람들일지도 몰라요
내가 나쁜가요? 그를 죽인 남자보다도요? 그가 되고 싶어서 악을 지르는 남자애들보다도?

오른쪽 얼굴을 너무 증오해서
왼쪽 얼굴로 찍은 사진밖에 남지 않은 사람처럼
전쟁은 사랑의 반대쪽 얼굴일까요?

전쟁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전쟁
사랑 사랑 사랑 전쟁 사랑 사랑 사랑

총알이 그의 몸속에서 회전하는 순간을
사랑 밖의 전쟁과 사랑 안의 전쟁이 일순간 결렬됨을 눈을 감고 느껴보세요

그를 죽인 사람의 이름이 그의 바람보단 짧게 기억될 것에 대해 한 번 비웃은 다음
그가 남긴 잡다한 사랑의 메시지와 사회활동 그리고 그의 아류들이 남긴 사랑과 또 그의 아류들의 아류들이 남긴 사랑.. 중 일말의 진실한 사랑을 찾는 놀이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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